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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병마로 시달리는 우리 이웃

생때같은 여자가 숨졌다. 아침저녁으로 밀짚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우리 집 앞을 걷던 50대 후반의 세 아들의 엄마였다. 남편 말에 의하면 작년 12월 중순 화장대 앞에서 얼굴을 만지다가 뒤로 넘어졌다. 머리를 욕조 언저리에 부딪혔다고 한다. 구급차가 와서 병원으로 실려 갔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사망 원인은 목뼈 골절.   어깨가 축 늘어지고 수심이 가득 찬 남편을 마주치면 무엇이라고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 아들도 고개를 푹 숙이고 주차장으로 걸어간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혼자 중얼거렸다.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나. 간단한 조치로 예방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였다. 화장대 앞에는 반드시 의자를 놓고 앉아야 한다. 욕조도 마찬가지다. 욕조용 의자를 비치해야 한다. 미끄러운 욕조 안에서 넘어져 다치는 사람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침대 발치에도 높은 방석을 놓아야 한다.   길 건넛집에 살던 70대 초반 어머니와 30대 아들은 올해 한 달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는 말기 위암이었고, 아들은 우울증으로 밖으로 나온 것을 본 적이 없다.     병마는 또 한 가정을 덮쳤다. 엄마를 잃은 세 아들 집에서 한 집 건너에 사는 70대 초반 잉꼬부부였다. 그들은 항상 손을 잡고 걸었다. 그런데 한동안 여자의 눈이 초점을 잃고 무표정하게 입을 다물고 걷는 것을 보았다. 전에는 걷다가 나를 보면 말을 걸고 농담까지 했는데.   하루는 남편 혼자 걷는 모습을 봤다. 아내를 치매 양로원에 입원시켰다고 했다. 기억력 약화로 때로는 남편도 몰라봤다고 한다. 무엇보다 몸의 균형을 잃어 잘 넘어졌단다. 몇 달 안에 사람을 몰라볼 정도로 빠른 치매의 진행 속도에 놀랐다.   미 식약청(FDA)에서 치매 약을 승인했는데 주사약 한 병에 695불이라고 한다. 암보다 무서운 것이 치매다. 전문가에 의하면 매일 1시간 운동, 1시간 독서를 하면 치매 발병 확률이 40%는 낮아진다고 한다.   그러나 운동과 독서가 말보다 쉽지 않다. 요즘 나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발 운동을 하고, 스트레칭 끈으로 팔 근육 강화 운동도 한다. 허벅지와 다리 그리고 엉덩이 살이 빠지는 노화 현상을 방지하는 운동이다. 아내와 같이 집 앞에서 걷고, 가끔 피트니스 센터 수영장에도 간다. 올해는 독서에다 신문 구독을 추가했다. 신문이 배달되면 만화를 제일 먼저 본다.     오늘 아침에는 감사하는 사람은 장수한다는 감사 찬양론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강조하는 두 가지 수필이 눈에 띄었다.     고인의 생애와 업적을 찬양하는 에피소드로 채워진 부고도 많이 읽는다. 나도 이런 식으로 부고를 미리 작성했다. 사람들이 읽으면 “이 사람 웃기네”라고 말할지 모른다. 바로 그것이다. 슬픔보다 웃음이 좋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광장 병마로 이웃 욕조용 의자 치매 양로원 치매 발병

2024-07-15

[열린마당] 암보다 무서운 치매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지난주 NHK 방송에서 일본 어느 대학의 두뇌 기능 연구 교수가 65세부터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기록한 병상일지를 소개했다. 외동딸을 위해 매끼 다른 음식을 만들어주던 어머니가 조리법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멍한 모습으로 앉아있다. 명랑하고 음악을 좋아했던 어머니는 자기 이름과 생년월일도 기억하지 못한다.     미국에서도 고령화로 85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꼴로 치매 환자라고 한다. 물론 치매의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의사 방문 예약을 잊어버리는 경증에서부터, 위의 교수 어머니처럼 자기 이름과 생년월일마저 잊어버리는 중증까지…. 요즘 내 주위에도 치매 증세가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언제 나에게도 불똥이 떨어질지 모른다.     치매의 어원은 ‘De(없어진다)’ ‘Mentia(정신)’, 즉 ‘정신이 없어진 질병’이란 뜻으로 ‘DeMentia’라고 부른다. 현대 의학으로도 아직까지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예방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생활 습관의 변화를 통해서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생활 습관은 식생활, 두뇌 운동, 육체 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건강한 식생활을 하려면 생선, 과일, 채소, 특히 양파, 마늘, 버섯을 자주 먹고 기름진 음식을 피한다.  나는 집에서 음식을 조리한다. 아내가 지난 60년을 봉사했으니 내가 할 차례이다. 김치도 만들고 빵도 만들어 본다. 빵 만드는 조리법은 장기(將棋)의 수 만큼이나 많다. 부엌일은 두뇌와 육체 운동이다.  두뇌 운동을 위해 매일 신문과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걸살누죽’이라는 말이 있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는 의미다. 매일 집주변을 산책하고 수영장에도 간다. 물의 부력을 이용하여 관절이나 허리 운동을 하면 혈액 순환에도 좋다. 나는 물속에서 양팔을 힘차게 앞과 뒤로 벌리는 수중 다이치를 한다. 집에 오면 배가 고프니 좋은 신호다.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수영장에서 보내기는 좀 지루하다. 핸드폰에 음악, 뉴스, 영화를 입력했다. 값진 투자다. 방수되는 청음기를 끼고 뉴스와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다.     나는 요즘 한국 가곡의 멋진 가사에 매혹되었다. 정지영 작 향수‘의 가사를 읊어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제자리걸음으로 영화도 본다.   바쁘게 생활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윤재현 / 전 연방정부 공무원열린마당 치매 치매 환자 치매 증세 치매 발병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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